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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ads/think

마오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by 괴수땅콩 2010. 3. 29.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본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면 김연아, 마오 두 선수는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는게 그대로 드러난 대회였다.

마오 선수는 종합1위하고도 그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동메달, 4위, 5위한 선수들은 뭐가 되는건지?
프리 점수가 넘어진 김연아 선수보다 낮아도 그렇게 대놓고 굳은 표정 지으면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 줄 알았던가?
마오 선수는 아직도 점수에 더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다른 선수보다 점수를 많이 받아야한다는 생각. 이건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단순하고 1차원적 생각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겐 글쎄?

김연아 선수는 예전에 08도쿄세계선수권에서 마오선수가 넘어지고 10초동안 아무 연기도 못했는데 자신보다 높은 점수 받았을 때도 웃어보인 선수이다.
항상 인터뷰에서 점수를 다른 선수보다 많이 받아야겠다는 것, 다른 선수를 이기고 싶다는 이런 1차원적인 생각을 넘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고, 자신이 만족할 경기를 하고 싶다고 하던 선수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금만 실수해도 다른 선수들보다 점수가 많이 깍이는 불공평한 평가를 받으면서도 웃어보일 수 있었다.

어떤 기자가 '마오의 승리'라고 제목을 지었던데 참 단순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점수상으로는 마오의 승리가 되겠지만 기권하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끝끝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김연아 선수를 정신적으로 이기지 못했다.
이런 정신적 부분, 선수로서 마음가짐에 차이는 예전부터 시상대 위에서나 경기 후 인터뷰 때 보인 김연아, 마오 두 선수의 태도에서 확실히 드러났던 부분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 후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 금메달이 다는 아니다. 아쉽지 않다" 라는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마오 선수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한, 누구보다 점수를 더 많이 받아야겠다는 1차원적 단순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한 앞으로 김연아 선수를 따라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하는 것이고 단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수와 메달에 얽메이지 않고 피겨 스케이팅 자체를 즐기는 건 본인 스스로 깨달을 일이지
다른 누군가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피겨스케이팅은 누군가와의 싸움이 아니다.
나라끼리의 싸움도, 선수끼리의 싸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없이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만도 아니다.
내가 아는 피겨 스케이팅은 음악과 팬들과 교감하면서 무대 위에서 펼치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 짧은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넣고
그것을 통해 관객들과 기쁨과 행복감을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스포츠다.
그 사실을 깨닫고 부터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색깔의 메달을 받든, 어떤 점수를 받고 어떤 경기를 하든,
끝난 후에는 언제나 저 사진에서의 내 모습 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 '김연아의 7분 드라마' p.168 -

지금까지 난 점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200점을 돌파하고, 신기록을 세우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점수와 기록 경신에 쏠리자
나까지 덩달아 초심을 잃고 점수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점수가 몇 점이 됐는 '점수에 신경 쓰는 경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여태까지 내가 신기록을 여러 번 세운 것만으로도 어쩌면 대단한 일이다.
더 이상 점수에 연연하지 말자. 점수는 별 의미가 없다.
피겨는 기록경기가 아니니까.
- '김연아의 7분 드라마' p.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