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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ads/black box

고탄소 회색 건설

by 괴수땅콩 2009. 8. 13.
성장 과 분배. 이 둘은 하나를 잡으면 다른 하나를 놓쳐야만 하는 두마리 토끼일까? 물론 절대적인 양적 성장을 논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실질적인 질적 성장으로 접근하게 되면, 이 둘은 상호보완성이 뛰어난 개념이된다.  현재 우리정부(우리정부가 아니라 남의 정부 같다)는 정책적으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기업규제 완화를 통해, 부유세 감면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한다.

  우선 건설쪽을 보아 건설업이 지니는 한계를 짚어보겠다. 건설은 크게 건설업체, 하도급업체, 기술자와 일용노동자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건설회사가 지은 건물이라고해서 모두 그 회사가 맡아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통한 공개입찰 등을 거쳐 건설 수주를 통해 공사를 따내는 대기업은, 또한 각 분야의 하도급업체들에 자체적 입찰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선다. 같은 조건에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식이다. 이런식으로 몇단계를 거치고나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노가다'의 단계까지 온다. 물론 이러한 긴 단계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보는쪽은 업자입장에서 볼때 '소비재'격인 일용노동자들이다. 같은 노동을 낮은 가격에 해주는 쪽을 쓰는 것이니 물론 임금이 낮아질 수 밖에 없 다. 때에따라서, 조금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최종노동임금을 최대한 줄여 발생하는 이익이 모두에게 분배될 수도 있을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 노동력 유통에 관여하는 업체 직원, 하도급업체 직원, 대기업 직원 등등의 밥줄이 되는 것이다. 일용노동자의 저임금 희생이 없다면 이들 중간과정에서 관여하는 회사의 직원들의 고임금지급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기업'이라는 유기체는 결코 그 구성원들의 복리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보면 기업은 몸집 불리기, 비용절감 등 에만 관심을 가진다.


  기업이 부자가 되어서 전체적인 파이가 커져야 모두가 크게크게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그런 전근대적인 자본주의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나 지금 우리나라와같이 실물경기가 침체된 시장에서는 밑바닥, 풀뿌리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내수시장 소비자인 개인들의 지갑이 두둑해져야만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업 매출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간과가 아니라 무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수 소비가 촉진되어야 주요 세입원 중 하나인 부가가치세 징수가 원활할 수 있고 이는 정부재정의 내실화로 이어진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는 부유세 감면이라는 말도안되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명목적으로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가 있고, 정책적으로는 부자들의 세금감면으로 생기는 잉여소득이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또한 부자들의 소비가 어디서 이루어 지는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처사이다. 그들이 재래시장 등지에서 서민과 같은 실질적 소비를 하는 경우는, 대통령이 1년에 1번쯤 시장에서 무시래시 파는 할머니를 만나는 빈도와 비슷하다. 부자들에게 생기는 잉여 가처분소득(원칙적으로 감세를 통한것이기때문에 소득은 아니지만 같은 효과이니 이렇게 쓰겠다)은 사치품, 부동산투기 등 실물경제와는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제활동에 쓰여진다. 결국 세금 감면으로 정부의 재정수입은 악화되고, 내수경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다시 건설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어찌저찌 건설비용을 절감해서 그 이익이 기업에 돌아간다고 치자. 기업은 그것을 재투자한다. 연구개발이 될 수도 있고, 증자 또는 배당금 등 주식시장에 쏟을 수도 있다. 부실한 재정을 가진 기업이라면 부채비율을 줄이는데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위로 올라간 돈은 결국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절감된 건설비용의 일부가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존재하는 일용노동자에게 돌아간다면 그 돈은 모두 소비된다. 소비가 가지는 미덕은 위에도 간단히 쓰여있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이 글에서는 건설쪽의 예로 글을 풀어나갔지만 이는 어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규제완화를 통해 파이만 키우겠다는 생각은 '친기업'적인 정부의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부유세 감면은 대다수의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책, '맞다면 맞는거야'하는 밀어붙이기식 안하무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례이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그분의 언급은 '고탄소 회색성장'인 건설업 부양과 무언가 모순된다.